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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낭만 고양이' 흥행불패는 계속된다(중앙일보 08.06.05)
7759 2008년 7월 14일
없음
유쾌한 ‘낭만 고양이’ 흥행 불패는 계속된다

앙코르 무대 ‘캣츠’ 한국서 인기 끄는 비결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지난주 ‘샤롯데’ 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캣츠’ 얘기다. 티켓 발매 시작부터 예매 1위를 고수하더니 개막 이후엔 연일 매진 행렬이다. 2003년 이후 네 번째 앙코르 무대지만 인기는 좀체 사그라들지 않는다. 지금껏 평균 유료 점유율도 95%를 넘기고 있다.


그러나 ‘캣츠’가 한국에서 장기간에 걸쳐 절대적 지지를 받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캣츠’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눈물 찔끔 날 만한 감동의 드라마가 없다. 이야기 구조는 헐거우며, 등장인물 소개에 대부분이 소요된다. ‘메모리’라는 대표곡이 있긴 하지만, 가슴을 쿵쿵 울리는 뮤지컬 넘버 역시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왜 이토록 ‘캣츠’에 열광하는 것일까.


#1.눈이 즐겁다

35명의 출연진은 진짜 고양이 같다. 몸을 쓰는 것도, 말투도, 얼굴 표정도 그렇다. ‘캣츠’엔 불문율이 있다. 분장을 하는 순간부터 배우들은 자신을 고양이로 여겨 땅을 기어 다녀야 하며, 사람들과 말을 나누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자연히 분장은 과장된 메이크업으로 최대한 고양이 외형을 살려야 한다. 배우의 얼굴을 돋보이게 해야 하는 기존의 분장 공식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여기에 마치 보디페인팅처럼 몸에 착 달라붙는 의상이 더해진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암컷 고양이의 사뿐사뿐한 걸음걸이에 묘한 상상력이 발동되는 게 무리가 아니다. 가운데 부분을 불룩하게 한 인기 고양이 ‘럼텀터거’의 허리· 골반 돌리기는 흡사 엘비스 프레슬리의 부활처럼 보인다. 그리고 일사불란하면서도 자유로움을 뒤섞은 안무는 관객의 심장 박동수와 딱딱 맞아 떨어진다. 성적 코드가 충만하나 결코 과하지 않은 은근함, ‘캣츠’의 전략이다.


#2.관람이 아닌 체험

스토리가 있는 뮤지컬은 1940년대 이후 정착한 스타일이다. 그 이전엔 단순히 음악과 춤이 나열식으로 결합된, 이른바 ‘보더빌’(vaudevile)이라 불리는 상업적 쇼가 뮤지컬의 원형이었다. ‘캣츠’의 느슨한 구조는 이처럼 과거의 뮤지컬 형식을 빌려 스토리보다 볼거리로 승부를 건 셈이다.

공연장을 들어오는 순간부터 낯선 세계에 초대된 느낌을 주는 것도 관객을 매혹시킨다. 때론 푸른 빛이 감돌고 때론 으슥한 뒷골목처럼 꾸민 무대는 도둑 고양이들의 서식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오케스트라 피트와 객석 사이의 공간을 없애 밀착감을 높였고, 고양이들은 인터미션은 물론 공연 중에도 툭 하면 객석으로 내려와 머리를 부비고 혀를 낼름거리며 관객과의 스킨십을 시도한다. 통로석이 가장 먼저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들은 ‘캬악-’ 소리를 지르면서도 싫은 표정이 아니고, 아이들은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마냥 신기해한다.


#3.파고 파도 새롭다

허약한 스토리 라인은 오히려 ‘캣츠’에게 ‘열린 구조’라는 또 다른 선물을 선사했다. 완결성이 약한 빈 공간을 사람들은 상상력을 가동시켜 자기만의 ‘캣츠’를 만들어갔다. 캣츠엔 유독 여러 버전의 팬픽(fan fic·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작품을 대상으로 팬들이 자신의 뜻대로 비틀기하거나 재창작한 작품)이 많다.

등장 인물 간의 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관객들의 추리가 무성한다. 무도회에서 같이 춤을 춘 것으로 보아 플라토와 빅토리아가 연인일 것이라는, 혹은 생김새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제미마는 스킴블샹크스의 딸일 가능성이 높다”는 식이다. 이 장면에서 누구와 눈빛이 부딪쳤으니 앙숙이다, 어떤 고양이는 누구에게 꼬리를 친다는 등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해석도 분분하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조용신씨는 “매니어일수록 ‘캣츠’의 새로운 설정과 숨은 의미를 찾는 재미를 느낀다. 자연히 ‘보고 또 보고’식의 중복 관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4.마케팅에도 자존심이 있다

국내에서 뮤지컬을 올릴 때 제작사들은 통상 기업 협찬에 목을 매곤 한다. 자연히 구체적인 계약 사항도 기업이 만족하는 수준을 최대한 맞춘다. 그러나 ‘캣츠’는 깐깐하다. 그리고 일류 기업만을 파트너로 삼곤 한다. 그만큼 ‘명품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최대한 유지하는 데 주력한다.

기존 뮤지컬이 협찬 금액의 30∼50%를 티켓으로 제공하는 데 비해 ‘캣츠’는 10% 안팎으로 짠 편. 커피점·패밀리 레스토랑과 제휴할 때도 특별한 할인 혜택을 주지 않는다. 또한 최근 진행된 ‘캣츠룩 패션쇼’ ‘캣츠 클럽 파티’ 등에서도 행사를 주관한 쪽이 돈을 대고 제작사는 브랜드를 제공하는 모양새를 띠었다. ‘캣츠’의 국내 제작사인 설&컴퍼니 측은 “여러 군데 노출되기보다 일류 파트너와 협력을 맺어 서로 윈-윈 하는 마케팅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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