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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무대의 꿈 붙잡은 돈키호테” 배우 정성화
7748 2007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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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32)는 바다낚시를 떠나는 길이었다. 1일 오후 바람소리와 함께 전화를 받은 그는 “연안부두에서 상봉도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를 공연하고 돌아온 지 하루 만에 또 섬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라만차 서울 공연을 마치고 일본으로 떠나기 전 만났을 때도 그는 “낚시에 푹 빠져있다”고 했었다.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으니 “다른 낚시꾼들은 사색하러 떠난다는데 나는 아직까지 고기잡는 게 정말 신난다”고 했다.

배우 정성화. 1994년 SBS 3기 개그맨으로 데뷔해 개그맨과 탤런트로 활동했던 그는 2004년 뮤지컬 ‘아이러브유’ 무대에 서면서 뮤지컬 배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관객은 대선배 남경주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을 보인 그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후 ‘컨페션(2006년)’과 ‘올슉업(2007년)’을 보면서 배우로 ‘인정’했다. 그리고 8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조승우와 함께 돈키호테 역에 더블캐스팅된 그는 탄탄한 연기로 무대를 장악하며 객석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티켓오픈 당시만 해도 표는 조승우 공연분만 매진됐고, 정성화가 산초역이 아닌 돈키호테역을 맡은 것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고 입소문이 나면서 그의 표도 빠르게 팔려나가 매진되었다. 일본 공연 역시 80%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무명이었지만, 공연 후에는 분장실로 팬들이 찾아와 감탄을 연발하기도 했다. 무대생활을 낚시로 표현한다면 요즘 그는 무대에서도 한창 고기를 잡고 있는 셈이다.

“커튼콜을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달려오다가 마지막에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쳐줄 때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이 사람들도 이 무대가 정말 좋았구나 싶고, 내가 연기한 돈키호테의 신념을 느껴줬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는 일본에서도 4회 공연 중 1회 공연에서 전석 기립박수를 받았다.

아직까지도 본인이 외국인들 앞에서까지 공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싱글벙글해 하는 그에게 ‘맨오브라만차’는 각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처음 만난 건 1년 전이었다. ‘아이러브유’의 장기공연이 끝나갈 때쯤 류정한이 2005년에 주연했던 라만차를 DVD로 봤다.

당시 그는 가능성을 인정받긴 했지만 적은 수입 때문에 뮤지컬 배우로 계속 살아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남들은 모두 비웃지만 끈질기게 꿈을 붙잡고 사는 노인 돈키호테의 이야기가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현실에 이끌려서 살고 있는지, 현실 안에서 타협하고 살고 있는지 돈키호테 영감이 제게 묻는 것 같았어요. 야구해설가 하일성씨가 잘하시는 말씀이 있잖아요. ‘저 선수는 자기 스윙을 못해요.’ 내 인생도 내 스윙을 잘하면 홈런을 칠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했었는데 마치 계시처럼 말하는 것 같았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다른 작품들을 하면서도 언젠가 돈키호테를 연기하게 될 날을 기다렸고, 기회가 왔을 때 그는 최선을 다해 붙잡았다. 돈키호테의 두 가지 특성인 광기와 신념 중에서 ‘신념’에 더 무게를 두었다. 그는 돈키호테를 “내가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분명히 언젠가는 바위가 깨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 이곳에 길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런 길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관객은 풍차를 괴물로 여기고 싸우다 넘어지는 돈키호테를 보며 웃더라도 그는 분한 마음으로 진지하게 넘어졌다. 일부러 웃기는 연기를 하는 것은 꿈을 품은 사나이 돈키호테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했다.

“저도 많이 넘어져봤거든요. 고등학교 축제 때 사회를 본 이후로 개그맨의 꿈도 참 빨리 이뤘고, 탤런트 생활도 운좋게 시작했는데 드라마 ‘현정아 사랑해’ 이후로 1년 동안 일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어요. 백수였죠. 집에 혼자 있는데 ‘내일부터 전기를 끊겠습니다’라는 전화받는 기분 아세요? 배우는 실업률이 높은 직업인데 왜 춤이라도 배워두지 않았을까 제가 너무 한심해 보였죠.”

그는 최근 후배 배우 정상훈과 함께 대학로에 작은 사무실을 하나 얻었다. ‘배우 공부’하는 방이다. 대본을 분석하고 직접 써보기도 한다. 무대를 더 이해하고 싶어서다. 원칙도 세웠다. 첫째 연습시간은 신성하게 지킬 것, 둘째 겹치기는 안할 것, 셋째 조연이라도 내가 맡은 배역을 감사하게 생각할 것. 그는 “요즘 불쑥 생기려고 하는 자만심을 경계하려고 노력한다”고도 했다. “다들 잘한다니까 신이 나서, 검색 사이트에 하루에 몇 번씩 제 이름 넣어보고 칭찬해준 것을 읽어봤는데, 맨 아래에 어떤 사람이 “난 별로던데”라고 썼더라고요. 순간 화가 나서 ‘이 사람은 뭔데 알지도 못하면서 이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 느꼈어요. 아, 내가 지금 들떠있구나, 내가 그 많은 사람들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는 건데 더 노력하면 되는 건데 하고요.”

그는 “한번도 개그맨을 부끄럽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제 꿈은 희극배우예요. 개그맨을 제대로 하고 싶은 거죠. 코미디언은 폭넓은 감동과 웃음을 주는 사람이에요. 눈물도 선사할 줄 알아야 해요.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는 스스로 꼭 코미디언이라고 말하잖아요.”

인터뷰 내내 몇번이나 ‘꿈’이라는 단어를 말하던 그에게 ‘다른 꿈’은 없는지 묻자 그는 쉼표없이 대답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좋아서 다른 것을 부러워할 틈이 없는데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꿈에 중독된 그는 10월27일과 28일 대구 오페라하우스 공연에서 다시 한번 돈키호테의 꿈을 퍼트린다.

〈글 장은교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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