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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 처연한 노래`메모리`에 빨려들어 (매일경제 07.06.01)
7687 2007년 6월 4일
없음
뮤지컬 `캣츠`, 처연한 노래`메모리`에 빨려들어

\"추억이여/달빛을 바라보아요/추억에 당신을 맡겨요/마음을 열고 들어가요/그곳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는다면/새로운 삶이 시작될 거예요.\"
악당 고양이 맥캐베티의 강렬한 몸짓과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의 현란한 춤에 이어 그 유명한 명곡 `메모리`가 울려퍼지는 순간, 관객들은 넋을 잃고 무대에 빨려들어갔다.

한때 아름다웠으나 지금은 늙어 가죽조차 얼룩지고 너덜너덜해진, 종족들에게도 외면당하는 외로운 고양이 그리자벨라의 처연한 외침. `아름다웠던 시간, 행복했던 그때를 다시 기억해 보라`는 그녀의 메시지가 절절하게 와닿았던 것일까. 객석은 `브라보`를 외치며 이 아름다운 노래에 화답했다.

지난달 31일 저녁 대구 오페라하우스. 1981년 초연 이래 전 세계 6500만 관객을 사로잡아온 매력적인 고양이들이 또 한번 한국 관객들을 홀리러 나섰다.

2003년 빅탑시어터 공연 이후 4년 만의 내한 공연. 세월은 흘러도 마법과도 같은 환상적인 무대는 여전했다.

공연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조명이 켜지면 객석 통로 곳곳에서 고양이들이 하나 둘씩 기어나와 무대에 오르면서 막이 열린다.

그곳은 버려진 자동차에서 찌그러진 주전자까지,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동네 공터. 1년에 한 번 젤리클 고양이들은 여기에 모여 축제를 벌인다.

천상의 세계로 보내져 새 생명을 얻게 될 단 한 마리의 고양이를 선발하는 축제다.

간택을 위해 선지자 고양이 튜터로노미가 무대에 도착하면, 하루 온 종일 잠만 자는 제니 애니도츠를 시작으로 다양한 고양이들이 선보인다.

매력만점의 반항아 고양이 럼 텀 터거, 골프가 취미인 부자 고양이 버스터퍼 존스, 말썽꾸러기 고양이 커플 몽고제리와 럼플티저….

맥캐비티가 튜터로노미를 납치하면서 축제는 혼란에 빠진다.

우여곡절 끝에 젤리클 고양이들은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의 도움으로 튜터로노미를 되찾고, `메모리`를 부르며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그리자벨라를 다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녀를 천상의 세계로 갈 고양이로 뽑는다.

이날 공연은 `캣츠`가 왜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지를 유감없이 증명해 보였다.

2시간40분간의 공연시간 내내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던 것.

집채만한 크기의 깡통과 쓰레기로 뒤덮인 무대, 탄성을 자아내는 정교한 분장과 의상, 실제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 탭댄스에서 발레ㆍ현대무용ㆍ재즈댄스까지 한데 아우른 흥겨운 춤, 맛깔스러운 음악과 재치 있는 대사, 살금살금 객석에 다가가 장난을 걸고 묘기를 부리며 관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배우들의 `팬 서비스`, 심지어는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의상을 입은 여배우들의 우아한 움직임(남성 관객들의 애간장을 녹이는)과 여성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내는 수코양이의 섹시한 제스처까지…. `캣츠`는 볼거리의 모든 것을 갖춘, 한 편의 완벽한 쇼였다.

그렇지만 `캣츠`가 모든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노련한 고양이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T S 엘리어트)이라는, 추상적이고 의인화된 내용의 원작 시에 기반을 둔 탓에 스토리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강한 드라마도, 애절한 사랑 이야기도 없다.

일부 관객들은 지루함을 느낄 수 있겠고, \"극장 문을 나서면 곧 잊히는 작품\"이라고 불평할 관객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캣츠`가 적어도 극장 안에서 만큼은 그 어떤 작품보다 환상적인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이 매력적인 젤리클 고양이들의 향연에 초대받고 싶어하지 않을 관객이 어디 있을까.

공연은 7월 1일까지 대구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해 7월 6일부터 9월 2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9월 7~16일 광주 문화예술회관, 9월 22일~10월 7일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등 4개 도시에서 5개월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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