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최근에 유명한 공연들을 많이 보러 다닌 편입니다.
캣츠(컨벤션센터 야외공연장),맘마미아(오페라하우스),잠자는 숲속의 공주(오페라하우스),볼쇼이 아이스발레(이대목동아이스링크),호두까기인형(시민회관),오페라의 유령(서울 예술의 전당)등입니다.
그런데 우리 고유의 것은 하나도 없었지요.
이번 공연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 고유의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더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5학년 큰 아들과 큰 동서(몇 년째 명성황후를 보고 싶어서 벼루고 계셨던 형님)와 같이 보았습니다.
아들에게는 조선말기의 역사책을 읽게 해서 흥선대원군,고종,명성황후등의 인물과 신미양요,병인양요,임오군란,갑신정변,을미사변,아관파천,을사조약등의 사건들이 덜 낯설도록 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뮤지컬 공연을 본다는 큰 형님은 예쁘게 머리손질하시고 멋지게 단장하고 나타나셨구요.
저는 배우들의 얼굴 표정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오페라 망원경도 준비해서 갔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자 감탄과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 고유의 우아한 한복과 그 의상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기품있는 무대배경,한 마디 한 마디 가슴에 와 닿는 대사들,수태굿,무술대회등 볼거리 많은 장면들...
아들은 고종의 어전회의 장면에서 대신들이 서로 러시아,일본,미국,청나라등에 의지해야 된다고 다투는 장면과 키다리 외국 대신들과 이웃나라라고 강조하는 청국과 일본 대신들이 서로 자기 주장을 하는 장면을 재미있어 했고 임오군란 장면과 양이와의 전투 장면은 역사책에서 읽은 내용과 잘 연결된다고 했습니다.명성황후와 흥선대원군 모두 나라를 너무나 사랑한 사람이지만 개방정책과 쇄국정책이라는 서로의 방향이 달랐다는 것도 이해했습니다
저는 12살,7살인 두 아들을 둔 엄마로서 사랑하는 고종과 세자를 걱정하면서 억울하게 먼저 떠나야 했던 명성황후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와 닿았습니다.물론 크게는 힘없는 나라의 국모로서 당해야 했던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죽음이었구요.
힘없는 나라의 국모로서 불어와 새로운 문물을 배우며 나라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대신들 앞에서 우왕좌왕하며 어쩔줄 몰라하는 고종에게 단지 방책일 뿐이라는 노래를 하며 든든한 힘이 되어 주던 모습,세자에게는 다정한 어머니로서의 모습,일본인들 앞에서의 당당하던 모습등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습니다.
을미사변 여우사냥으로 최후를 맞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핑돌아 시야를 가렸습니다.마지막 명성황후와 상복을 입은 국민들이 한 마음으로 부르는 합창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터져나갈 것만 같았습니다.
아쉬웠던 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한 동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만든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뮤지컬 명성황후.
이 때까지 제가 보았던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한 장면마다 정성과 혼이 깃들어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우리의 지나간 아픈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지만요.
앞으로도 더 많은 우리나라의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또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그리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우리나라에 더욱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면 좋겠습니다.
짧은 글솜씨로 그 날의 감동을 다 올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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