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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인간이 만든 최고의 아름다운 고양이들란다!
이한주 7913
2003년 11월 27일 00:00:00
없음


메모리 노래가 흘러나오자 6살 난 딸이 말한다.
- 엄마, 노래가 너무 아름다워요.
- 그래?
- 엄마, 이게 무슨 노래예요.
- 으음, 고양이의 노래야. 엄마는 고양이들의 공연을 보고 왔는데
우리 도아도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이 공연을 볼 수 있을 꺼야.
- 그래요?
- 그럼!
- 엄마, 그러면 나도 엄마처럼 어른이 되면 고양이들 보러 꼭 갈래요.
고양이 눈이 그려져 있는 책 어디 있어요? 오늘을 자기 전에
그 책보며 잘래요.

cats 팜플랫을 찾아 주자 딸은 꼭 안고 침대방으로 간다. 그런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왠지 마음이 흐뭇해지며, cats 공연을 본 그 날의 감동이 다시
파도처럼 밀려 와 내 가슴 속에 켜켜이 쌓였다..

난 조금은 국수주의자 기질이 있어 공연만큼은 우리 작가의 우리 배우의
공연들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나 '명성황후' 공연을 보고 나서는
뮤지컬 공연을 잘 보러 다니지 않았다. 왠지 다른 공연들이 시시할 것만
같은 내 좁은 시각 때문에.

그런데 cats가 온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쓸데없는 내 고집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 유명한 cats가 대구에 온다고? 정말이야? 대구 살기
좋아졌네! 우리나라 좋은 나라!~~~

국수주의자고 뭐고 일단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히
보러 갔다. 공연에 대한 사전지식을 가지고 갈까 하다가 괜히 선입견만
생겨 제대로 감상하지 못할까봐, 원작의 작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관객석에
앉았다.

이동식 극장이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갔지만, 실제로 빅탑 시어터의
관객석에 앉자, 서커스 공연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들며, 들뜨는 마음과 함께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온 몸의 근육이 긴장되어 옴을 느꼈다. 그리고
같이 간 남편에게 소곤거렸다.
- 자기야, 왠지 너무 좋은 공연일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드디어 음악이 흘러나오며 유연한 몸 동작의 고양이들이 등장 하고,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가 시작되었다.완벽한 고양이들!
사회자 고양이 멍커스트랩, 최고의 인기남 반항아 고양이 런 텀 터커,
귀여운 고양이 제니애니도츠, 부자 뚱뚱한 고양이 버스토버 존스,
하얀고양이 빅토리아,극장 고양이 거스,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
매혹 고양이 그리자벨라, 악당 고양이, 섹시한 고양이, 선지자 고양이
듀터로미노까지......

고양이들과 함께 축제의 바다에 빠져, 함께 노래하고, 함께 춤 추고
함께 환호하고,
결국 마지막엔,
기립 박수를 치며
미리 준비해 간 손수건에 대한 예의 때문이었을까?
울어 버렸다.




그랬다.
그 때 그 자리에서
내 눈은 오로지 고양이들을 보기 위해서만 있었고,
내 귀는 오로지 고양이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만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듯한 몸 때문에 일어서지도
못한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가자.
남편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난 남편에게 한마디 던졌다.
-이 작품 누가 쓴 거야?

황홀한 무대, 화려한 고양이들, 그리고 아름다운 이야기까지, 그래, 이런
작품도 있었구나. 우리 인간은 이런 작품을 만들 수도 있구나. 우리 인간의
몸은 저렇게 유연하게, 능수 능란하게, 자유자제로, 고양이란 동물을
표현하게 만들어져 있었구나. 그래 맞아. 최고의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라
하였지? 우리 인간은 저렇게 아름답게 노래 할 수도 있어!

너무 긴장하고 본 탓인지, 한 열흘 감기 몸살 앓고 난 몸처럼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팜플랫을 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하, 그랬었구나. T.S.엘리엇의 작품이었어.
역시!
그래, 그랬었구나!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곡이었어.
감탄하고, 또,감탄하고.

- 엄마, 고양이 눈 안에 사람이 있어요.
딸과 함께 팜플랫을 펼쳐 놓고 읽으며 , 난 딸에게 자랑스러이 말했다.
-그래, 고양이야, 고양이.
인간이 만든 최고의 아름다운 고양이들이란다!


그리고 오늘 밤,
딸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난 생각한다.

이런 아름다운 공연이 있는 한,
네가 맞이하는 미래도 아름다울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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