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2일은 왼종일 온 가족이 바쁘고 설레였던 하루였다.
노래와 뮤지컬을 무지 좋아하는 나와 동생을 위해 어머니께서는 오래전부터 `캣츠` 공연을 보여주고 싶어하셨었다.
그러나 막상 작년에 처음 대구 공연이 있게되자 만만찮은 관람료때문에 우리 가족은 여러번 망설이다가 아쉽게 포기를 하고말았다.
하지만 다시 앵콜 대구 공연이 돌아오게되자, 어머니께서는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온 가족이 꼭 관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을 하셨다.
그러나 높은 관람료는 이번에도 부모님의 마음을 계속 안타깝게 만들었고, 나와 동생에게는 입장권이란 것이 무척 얄미운 존재였다.
그래도 우리는 가장 저렴한 B석(30000만원)도 좋으니 4식구 모두가 가는 방향으로 결정을 했다.
그 때, 여유돈을 만들기 위해 어머니께서는 오래 전부터 지니고 계시던 18K목걸이와 반지를 동네 금방에 가서 파셨던 것을, 나는 뒤 늦게 알고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 가족에게는 3월 2일밖에 시간이 없어서 어머니께서는 바로 그 날 오후에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져서 티켓파크에서 다행히 티켓 4장을 구할 수가 있었다.
나와 동생에겐 좀 더 나은 공연을 보여주시고 싶어서 G석(80000원)으로 2장을,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기둥에 시야가 조금 가리기 때문에 비교적 관람료가 저렴한 A석(40000원)으로 2장을 예매하셨다.
우리 형편에 총 24만원이란 거금을 들여서 모처럼 온 가족이 `캣츠`를 보러가는 날, 나는 여러모로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론 가슴이 설레고 흥분이 되었다.
104구역 J열 17, 18과 N열 27, 28 좌석은 그런대로 괜찮은 위치여서 다행이었다.
공연을 보러 오기 전에 우린 인터넷에 있는 `캣츠` 홈피에서 여러 가지 줄거리며 출연진들에 대한 정보들을 프린터로 뽑아서 읽었기 때문에 초등학교 6학년인 동생까지도 미리 그 내용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어둠 속에서 공연이 시작되고, 갑자기 바로 옆 통로와 이곳 저곳에서 번쩍이는 눈빛의 고양이들이 출연하자 모든 객석의 관객들은 신비한 광경에 모두가 하나가 되어 호흡을 하고 있었다.
각양 각색의 고양이들이 어쩜 하나같이 멋있고, 개성이 있고, 춤과 노래 또한 빼어난지 관객들의 시선을 모두 빼앗아 가는 것 같았다.
남자인 내가 봐도 멋있는 `런텀터거`는 어느덧 내 동생의 우상이 되어 있었고, 훌륭한 목소리의 `그리자벨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축복을 안겨주었다.
사회자 `멍커스트랩`도 내가 보기엔 멋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선지자 고양이로 나온 `올드듀터로노미`가 유일하나마 한국인이었던 것이 조금은 자랑스러웠다.
무시와 괄시를 받던 `그리자벨라`가 젤리클에 뽑혀 천상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마치 인간세상의 이치를 깨우쳐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젊은 시절을 한 순간의 화려함으로 끝내지 말고 늙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끊임 없이 노력을 해야겠다는 교훈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의 아낌없는 박수갈채 속에 아쉬운 공연이 끝나자마자, 나는 포켓 깊숙히 넣어둔 비상금 10000원을 꺼내어 나오는 입구에서 팜플렛을 선뜻 구입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 팜플렛을 나의 소중한 귀중품 목록중의 하나에 올려놓고, 수시로 뿌듯한 감명을 느껴보려 한다.
어쩌면 내 생애에서 몇 번이 될지도 모를 미래의 또 다른 `캣츠`의 감명도 기대해 보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남매에게 이번 공연을 보여주시기 위해 애쓰신 부모님께 깊이 고개숙여 감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