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작품이 가져다주는 감동은 늘 상상이상이다. 주저없이 내가 공연장을 찾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까닭에서일 것이다. 두 세시간 남짓한 공연은 짧지만, 그 감동과 장면들은 어쩌면 평생을 함께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캣츠를 보러 가는 나의 발걸음은 설레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줄거리와 캐릭터를 읽어보고 노래도 몇 곡 들어보고, 빅 탑 시어터라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장 소개까지 완벽한 사전조사를 마친 후, 친구들과 한껏 기분을 낸 옷차림으로 공연장을 향했다.
우선, 공연을 보기도 전에 빅 탑 시어터의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검은 천막과 노란 고양이의 눈이 내 맘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우선 카메라를 꺼내 공연장 밖에서 사진촬영에 열중했다.
예전에 캐나다나 유럽에서 천막으로 만들어진 공연장에서 콘서트나 매직쇼를 보면서, 정말 멋지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는데, 우리나라에 그것도 문화의 불모지라는 대구에 이런 대형공연장이 설치된 것을 보자마자 내 기분까지 흐뭇해졌다. 그리고 그 규모뿐만 아니라 공연 내내 무대나 관객석 곳곳에서 나오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여느 공연장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관객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빅 탑 시어터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라이브로 내내 진행되는 공연을 보면서, 배우들의 손짓, 몸짓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어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다. 내 옆으로 고양이들이 왔을 때도 정말 고양이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배우들은 이미 그 역할에 녹아들어 있었다. 그들은 아마도 오랜 공연 끝에 고양이와 자신들이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일 것이란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럼 텀 터거의 멋진 목소리와 댄스, 작지만 힘있는 미스토팰리스, 몽고제리와 럼플티저의 아찔한 곡예, 하얀 고양이 빅토리아의 아름다운 동작들, 검비 고양이의 재미있는 탭댄스까지 어느 부분 하나 최고가 아니라고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극장고양이 거스(원래는 아스파라거스!라는) 의 장면에서 난 나도 모르게 약간 눈물이 났다. 중풍으로 앞발을 떨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꼭 우리 부모의 세대를 보는 것만 같은 기분에서였을까? 결국은 나도 늙어서 과거를 추억하는 시절이 올 것이라는 서글픈 기분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이것이 아마도 캣츠가 가져다주는 다른 뮤지컬과는 다른 또 다른 감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비록 고양이 이고, 고양이의 세계에서 이야기하고 노래하지만, 우리인간의 삶과 너무나 유사한, 그래서 우리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끔 하는 것, 그것이 원작자인 엘리엇이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그들은 고양이의 세계를 노래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들을 보며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만 같다.
그리자벨라가 메모리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나도 친구들도 조금씩 눈물을 흘렸다. 우리는 아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젊었을 때는 매력적이던 그리자벨라가 이제는 늙고 추하게 변해버린 것을 보고 우리는 거기에 자신을 이입시키고 동일시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메모리의 선율자체가 주는 쓸쓸함도 거기에 한 몫 하지 않았을까? 메모리가 불후의 명곡이 되고 사람들에게 많이 불려 지는 까닭을 이제는 알 것만 같다.
물론 그리자벨라의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지만, 캣츠의 가장 큰 미덕은 어느 장면 하나 놓칠 수 없다는 것, 고양이 모두가 주인공이고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친구들과 나는 모두들 좋아하는 고양이 캐릭터가 다르다. 럼 텀 터거의 느끼한 댄스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나처럼 늙은 극장고양이 거스의 팬이 되어버린 아이도 있고, 심지어 악당고양이 맥캐버티를 좋아하는 친구도 있으니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한 마리 한 마리의 고양이가 모두 개성이 넘치고 사랑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악당고양이도, 이제는 보잘 것 없어진 고양이도, 도둑고양이도 모두 사랑 받을 수 있는 것, 그것이 캣츠가 가져다주는 또 다른 깨달음인 것 같다. 인간 또한 모두 제각각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 존중 받아야하고 소중하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깐.
3시간 가까이 고양이들이 이리저리 뛰어 노는 것을 보면서 나는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의 선물을 얻어 가는 것만 같아서 공연장을 나오는 나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게다가 공연자체가 주는 감동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나는 또 이 캣츠라는 공연을 평생 추억하고 살아갈 것만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훗날 내 아이들에게도 꼭 보여주고만 싶은 공연 리스트가 하나 더 늘어났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다.
역시나 공연이 주는 감동은 상상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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